"한국어 콤플렉스 극복"…'파우스트' 박은석 더욱 빛나는 이유 [인터뷰+]

입력 2023-04-17 17:27   수정 2023-04-17 17:28


'대학로 아이돌'의 화려한 귀환이다. SBS '펜트하우스'에서 로건리 역을 맡아 미국에서 온 훈남 조력자로 사랑받았던 박은석이 연극 '파우스트'를 통해 무대로 돌아왔다. 배우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22살의 나이에 홀로 한국 땅을 밟았고, 무대 위에서 연기 열정을 펼쳤던 박은석이었다. 그동안 드라마와 예능에서 활약하며 대중적인 인지도까지 획득한 박은석은 오랜만에 오른 무대에서 보다 섬세하고 농익은 연기로 관객들과 만난다.

'파우스트'는 악마 메피스토(박해수 분)가 성인으로 불리는 파우스트(유인촌 분)의 타락을 두고 신과 내기하는 과정을 담았다. 세계적인 문호 괴테의 60년 역작인 동명 소설을 연극 무대로 옮겼다. 박은석은 메피스토에게 전달받은 마법의 약으로 젊음을 얻은 '어린' 파우스트를 연기한다. 노년의 파우스트는 세상의 모든 진리에 능통한 인물이라면, 어린 파우스트는 보다 열정적이고 풋풋한 매력이 돋보이는 캐릭터다.

박은석을 포함해 '파우스트'의 모든 배우들은 '원캐스트'(단일 배우)로 발탁됐다. 교체 배우 없이 전 회차 공연을 소화해야하는 것. 매일 같은 곳에서, 같은 사람들과 호흡하지만 박은석은 "그래서 모두가 책임감을 갖고 작품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일 1300석이 되는 객석이 가득 차는데, 관객들의 기운이 매번 새롭다 보니 늘 처음하는 느낌"이라며 "이 공간을 더 새롭게 채우려 모두가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대학로에서 10년 넘게 연극을 하면서 다양한 작품에 출연한 베테랑이지만, 박은석에게도 '파우스트'는 도전이었다. 그렇지만 "무겁고, 어렵고, 거대한 무게감이 있는 작품이었기에 배우로서 새로운 알을 깰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면서 '파우스트'에 출연을 결심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인간의 본질을 굵직하게 다룰 수 있는, 고민할 수 있는 화두를 던지고 그 안에서 허우적댈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는 욕망이 컸어요. 이 작품으로 사람들이 제게 하는 평가들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는 연기를 하는 것 보다, 작품 안에서 캐릭터에 맞는 연기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파우스트'를 하면서 알게 됐어요."

'파우스트'는 '코리올라누스', '햄릿' 등 고전에 대한 감각적인 해석으로 주목받은 양정웅 연출가가 맡았다. 양 연출가는 박은석을 발탁하기 전 이미 그의 삶의 방식이나 성향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인간 박은석의 자유로운 모습에서 회색빛 노년의 삶을 살다가 젊음을 얻은 후 통통튀는 에너지를 발산하는 어린 파우스트의 모습을 엿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마주한 박은석은 연극 뿐 아니라 인터뷰에서도 열정이 넘치는 모습으로 특유의 반짝이는 눈빛을 뽐냈다.



이런 박은석의 열정이 전혀 다른 외모와 분위기를 풍기는 유인촌과 하나의 사람으로 보이는 효과까지 만들어냈다. 노년의 파우스트 유인촌과 젊음을 얻은 파우스트 박은석은 각각 1막과 2막을 나눠 이끌어간다. 대선배 연기자인 유인촌의 바통을 이어받아 극을 이어가야한다는 점에서 부담이 될 법하지만, 박은석은 "두 달 반을 거의 (유인촌 선생님과) 매일 함께하고 있다 보니, 선생님의 연기나 톤이나 감정 표현을 자연스럽게 가지고 오게 됐다"면서 두 사람이 하나의 파우스트가 되는 과정을 전했다.

이와 더불어 '한국어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누가 누르면 툭 튀어 나올 정도로 대사 연습을 했다"고 털어놓으며 노력파의 면모를 보였다.

"연극을 많이 하는 것도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였어요. 영어식 억양 때문에 대사 연습을 정말 많이해요. 자기 전에, 샤워할 때, 이동할 때, 걸어 다닐 때, 운동할 때 언제 어디서나 하는 거 같아요. 누가 누르면 툭 하고 바로 튀어나올 정도로 많이 하는데, 그게 저만의 콤플렉스 극복 방법인 것 같아요."

콤플렉스를 인정하고, 극복하기 위해 노력할 뿐 아니라 이를 장점으로 승화할 수 있는 콘텐츠에 대한 고민도 하고 있다. 한국배우로서 영어로 연기를 펼치는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박은석은 "우리나라에도 영어를 잘하는 배우들이 많다고 들었다"며 "그 사람들이 모두 모여 우리나라 자체 제작 드라마인데 '올 잉글리쉬(All English)'로 연기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K-콘텐츠가 흥행하고 있는데, 한국 작품에서 자체적으로 영어를 하면 (외국인 시청자들이 자막을 키는 것보다) 더 집중해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는 의겻을 덧붙였다.



'파우스트'는 결국 '욕망'에 대한 고민을 던지는 작품이다. 파우스트로 무대에 오르는 동안 박은석은 어떤 욕망을 떠올렸을까. 박은석은 스스로에게 집중하고 싶다는 욕망을 드러냈다. "하루하루를 꽉 채워, 훗날 돌아봤을 때 내 선택에 후회가 없었으면 한다"는 것.

"남의 눈치 보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는 것. 누군가가 나에 대해서 부정적인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그 말들로 나의 하루를 망치지 않게 하는 것. 그렇게 이 순간의 제 자신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고, 중요하게 생각하고 싶어요. 지나고 보면 아무 의미가 없는 일들이 많잖아요. 누군가가 나를 미워하고 좋아해도, 그게 평생 가는 것도 아니니까요. 외부의 말들에 영향을 받지 않는 과감함이 필요한 거 같아요."

지금의 자신을 사랑하기에 박은석은 "지금 현재의 내가 제일 좋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은석은 "과거에 무언가를 바꿔서 지금의 제가 더 좋은 위치나 사회적으로 더 나은 곳에 갈 수도 있었겠지만, 그런 것을 생각해 본 적은 없는 것 같다"며 "주어진 재료를 가지고 항상 요리하려고 하지, 과거에 낭비했던 재료들이나 없었던 것을 희망하고 그러지는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지독하게 집중하고 있는 '파우스트'를 통해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다"고 전했다.

"팀원들이 보여주는 지지와 사랑이 있어요. 원캐스트가 아니었다면 느끼지 못했을 것들이죠. 매일 서로의 컨디션 물어봐 주고, 괜찮냐고 해주고, 묵묵히 지나가는 말에도 위로해주고 그런 것들이 모두 고맙고 놀라운 경험이에요. 그동안 잊고 살았던 부분이기도 하고요. 이전까지 너무 맨땅에 헤딩하듯 혼자 힘으로 모든 것을 헤쳐 나갔거든요.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말들이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걸, 요즘 많이 느끼고 있어요."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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